미국 워싱턴 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가 또 한 번 성조기의 물결로 뒤덮였다. 5월 25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현충일)를 앞두고, 26만 기 이상의 묘비 앞에 일제히 작은 성조기가 꽂힌 것이다.
이 행사는 매년 진행되는 ‘플래그스 인(Flags-In)’이라는 전통 의식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미군 의장대인 제3보병연대 ‘올드 가드(The Old Guard)’가 주역으로 나섰다. 약 1500명의 군인이 새벽부터 묘역을 돌며 한 기 한 기 깃발을 꽂는 모습이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군 추모 공간으로 꼽힌다. 연간 방문객만 300만 명을 넘고, 이번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만 약 13만 5000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플래그스 인’은 78번째를 맞았다. 1948년 미 육군이 올드 가드를 공식 의장 부대로 지정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부대 측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단순한 의례를 넘어, 미국 사회가 전몰장병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메모리얼 데이 당일에는 ‘제158회 전국 메모리얼 데이 추모식’이 메모리얼 원형극장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년처럼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의식을 직접 주관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인 24일에는 일반 시민이 무명용사의 묘 앞에 직접 꽃을 놓을 수 있는 ‘추모의 꽃의 날(Flowers of Remembrance Day)’이 진행된다. 2022년 신설된 이 행사는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을 일반에 개방한다는 점에서 매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녁에는 ‘프리덤 250’이라는 특별 야간 행사도 처음 열린다. 촛불 아래 음악과 이야기, 헌사가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으로, 컨트리 가수 그레첸 윌슨이 무대에 오른다.
미국인들에게 메모리얼 데이는 단순한 연휴가 아니다. 바비큐와 쇼핑보다 먼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현충일과 정서가 닮아 있다.
알링턴의 26만 성조기는 그저 풍경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기억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