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드루 휴스턴이 드롭박스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다. 2007년 회사를 공동 창업한 지 약 19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AI 시대에 맞춰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로 해석된다.

드롭박스는 26일 발표를 통해 일정 기간 인수인계를 거친 뒤 내부 임원인 애슈라프 알카르미를 단독 CEO로 승진시킨다고 밝혔다. 알카르미는 우선 공동 CEO로 합류한 뒤, 휴스턴이 이사회 의장 자리로 옮겨가는 시점에 단독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드롭박스 주가는 장 초반 1% 넘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 누적 낙폭은 3%를 넘어선 상태다. 투자자들이 갑작스러운 경영진 교체에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임자로 낙점된 알카르미는 낯선 인물이 아니다. 그는 2024년 드롭박스에 합류해 파일 공유 서비스와 전자서명 도구 사인, 문서 플랫폼 닥센드 등 핵심 제품군을 총괄해 왔다. 그 이전에는 비메오, 아마존, 메타 플랫폼에서 제품 리더로 잔뼈가 굵었다.

알카르미는 취임 일성으로 변화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가 가능한 것들의 범위를 바꾸고 있다"며 "고객들은 앞으로 훨씬 빠르고 똑똑하며 실제 업무 방식에 맞춰 설계된 완전히 다른 드롭박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 배경에는 회사가 처한 묘한 위기감이 자리한다. 지난해 3월 행동주의 헤지펀드 하프문 캐피털은 휴스턴에게 과도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이중 클래스 주식 구조를 폐지하라며 압박을 가해왔다. 외부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창업자가 한 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조직 개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롭박스는 오는 7월 7일부터 신임 최고제품책임자로 마이클 토레스를 영입한다. 토레스는 알파벳 산하 구글에서 크롬 브라우저 담당 부사장을 맡아왔고, 그 전에는 아마존 킨들 제품 총괄을 지낸 베테랑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드롭박스는 이달 초 발표한 1분기 매출이 6억 295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였던 6억 2060만 달러를 웃돌았다. 다만 매출 성장 둔화와 클라우드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새 경영진이 AI 전환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