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D-데이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4월 23일 평택사업장에서는 약 4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결의대회에 모여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1%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초기업노조는 직원 12만 8천여 명 중 7만 4천 명을 보유한 과반 노조 지위를 손에 넣었다. 명분도 숫자도 갖춘 셈이다.

OPI가 뭐길래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결국 성과급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OPI라 불리는 초과이익성과급을 운영해왔다.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를 재원으로 잡되, 1인당 연봉의 50%를 상한으로 두는 구조다.

노조는 이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자고 한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연봉 50% 상한선은 아예 없애자는 요구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이 약 300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원 규모만 약 45조 원에 달한다. 1인당으로 계산하면 5억 원이 훌쩍 넘는다.

사측은 영업이익 13% 수준에 메모리사업부 평균 5억 4천만 원 규모 특별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일회성 보상이 아닌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30조 손실 경고

문제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의 파장이다. 노조 스스로도 18일 파업이 진행되면 회사 측에 20조에서 30조 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더 비관적이다. 인건비 상승과 생산 차질을 합산하면 영업이익에 미치는 총 영향이 최대 43조 원, 연간 영업이익의 12%까지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6일 수원지법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파업 하루 전인 5월 20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파업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노노 갈등 변수

흥미로운 것은 노조 내부 균열이다. DX 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는 이미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했다. 전삼노 역시 최근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며 충돌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DS) 부문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자기 사업부 실적과 무관한 싸움에 끌려가는 셈이다. 실제로 조합원 수도 기존 7만 6천 명에서 7만 3천 명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본 이번 파업

개인적으로 이번 사안은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직원 입장에서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데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 건 분명 답답할 일이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오래된 문제다.

다만 영업이익의 15%, 1인당 5억이라는 숫자는 솔직히 과하게 들린다. SK하이닉스와 비교해도 결이 다르고, 미래 투자 재원과 주주 이익까지 끌어다 쓰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점에 18일짜리 셧다운은 회사뿐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에 부담이다.

남은 시간은 11일이다.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5월 21일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강대강 국면에서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설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