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던 반도체와 빅테크주가 일제히 하락 압력을 받았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4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3.7%)를 소폭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 역시 2.8% 올라 컨센서스(2.7%)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튀어 오른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지표 발표 직후 나스닥 100 선물은 1% 가까이 밀렸다. S&P500 선물은 0.4%, 다우존스 선물은 0.1% 안팎의 약세를 보였다. 전날까지 S&P500과 나스닥이 신고가를 새로 쓴 뒤라 차익 실현 매물까지 겹쳤다.

타격이 가장 컸던 곳은 반도체 섹터다. 인텔이 장 시작 전 2.9% 빠졌고, 마이크론은 2.29%, 퀄컴은 2.21% 하락했다. 직전 거래일 AMD, 엔비디아, 브로드컴이 이끈 상승분이 하루 만에 반납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란 사태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원유 흐름이 막히면서 WTI는 배럴당 101달러를, 브렌트유는 107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 가격은 연간 기준 17.9% 급등했고, 휘발유는 28.4%, 난방유는 54.3%나 뛰었다.

월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연방준비제도(Fed)로 향한다. 지난주 4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했던 데 이어 물가까지 끈적해지자,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44%까지 상승하며 위험자산에 부담을 줬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정말 봐야 할 건 CPI가 아니라 실질임금"이라고 짚었다. 4월 실질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지갑은 얇아지고, 그 격차를 자산시장이 메우는 비정상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지표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는 곧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장주의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준다. 환율과 국제유가가 동시에 출렁이는 구간에서는 정유·항공·해운주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다음으로 주목하는 변수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올 무역·AI 관련 발언, 그리고 이달 말로 예정된 4월 PCE 물가 지표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어떻게 풀리느냐가 단기 유가와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