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에서 올해 1분기 금 생산이 줄어든 반면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은 빠듯해지고 수요는 더 강해지는 흐름이 확인되면서, 가뜩이나 들썩이고 있는 국제 금값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황금협회가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외 원료를 합친 중국의 금 생산량은 136.2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국내 생산분만 보면 81.06톤으로 7.1% 줄었다. 일부 제련소가 안전 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같은 기간 소비가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1분기 금 소비는 303.29톤으로 1년 전보다 4.4% 늘었다. 특히 골드바와 금화 소비가 202.06톤에 달해 무려 46.4%나 급증했다.
반면 금 장신구 수요는 84.62톤으로 37.1% 급감했다. 보석 장신구로서의 금이 아닌, 자산 방어 수단으로서의 금이 시장을 끌고 가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 수요는 ETF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분기 중국 금 ETF에는 50.44톤이 순유입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114.9%) 늘었고, 3월 말 기준 총 보유량은 298.29톤까지 불어났다. 은행 창구를 통한 골드바 판매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은 이 데이터를 단순한 분기 통계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가계가 부동산과 주식 시장 부진, 위안화 약세 우려 속에서 금을 사실상의 ‘대체 저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들 역시 포트폴리오 헤지 차원에서 금 비중을 늘리는 분위기다.
공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자 소비국인데, 자국 생산만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곧 수입과 재활용 금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광 기업들의 협상력이 한층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국내 시장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국제 금값이 강세를 이어가면 국내 금 시세, 금 ETF, 금광주 관련 종목, 그리고 KRX 금시장 거래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최근 국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금 통장과 골드바 매수세가 뚜렷해지고 있어, 중국발 수요 모멘텀과 맞물릴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추세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 달러 강세나 미국 실질금리 반등, 지정학적 긴장 완화가 나타난다면 금값은 언제든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가격 부담에 따른 장신구 수요 위축이 지속될지 여부도 변수다.
향후 체크 포인트는 분명하다. 중국의 2분기 금 소비 흐름이 1분기와 같은 강도를 유지할지, 생산 차질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그리고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와 달러 인덱스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글로벌 금 시장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