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Kevin Warsh)를 둘러싼 ‘1억 달러 미공개 자산’ 논란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연준 의장은 글로벌 금리 방향을 좌우하는 자리다. 그런 인물의 재산 내역에 60개가 넘는 펀드의 실제 보유 종목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통화정책 신뢰도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월가는 물론 한국 증시 투자자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 달러 향방, 그리고 신흥국 자금 흐름 모두 차기 의장의 판단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워시가 미국 정부윤리국(OGE)에 제출한 69쪽 분량의 재산 신고서에 따르면, 그의 보유 자산은 최소 1억3500만 달러에서 최대 2억2600만 달러 수준이다. 부인 제인 로더(Jane Lauder)는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창업 가문의 상속인으로, 포브스 기준 자산만 19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금액 자체가 아니다. 그의 자산 중 ‘저거넛 펀드(Juggernaut Fund)’ 두 건이 각각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신고됐는데, 어떤 종목에 투자돼 있는지가 ‘기존 비밀유지계약’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펀드는 헤지펀드 거물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이끄는 듀케인 패밀리오피스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시는 연준 이사 임기를 마친 뒤 15년 넘게 드러켄밀러의 자문역으로 활동하며 컨설팅 수수료로만 1000만 달러 이상을 받아왔다.

상원 청문회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1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공개하지 않은 채 연준을 이끌겠다는 것은 윤리 규정 위반”이라며 정면으로 압박했다. 워시는 “인준이 확정되면 취임 전 모두 매각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이해상충 가능성이다. 그가 보유한 종목군에는 스페이스X, 폴리마켓 등 AI·암호화폐·예측시장 관련 기업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연준 의장이 금리 결정 한 번으로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자산군에 직접 노출돼 있었다는 의미다.

워시는 또 미국 물류기업 UPS와 한국 이커머스 대표주자 쿠팡의 이사회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쿠팡 관련 이사직 사임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직접 와닿는 변수다.

투자업계는 이번 논란이 인준 일정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현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법무부 조사 종결 전에는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준이 지연되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구조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 입장에서 체크할 변수는 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이 들어오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공개 발언한 만큼, 차기 의장 인선 과정 자체가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 흐름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워시의 자산 매각 일정과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표결 시점이다. 파월 의장 후임 결정이 늦어질수록, 글로벌 채권시장과 코스피·코스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