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앞으로 10년간 영국을 이끌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작 본인이 속한 노동당 안에서는 며칠 안에 당권 도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총선까지 당을 이끌고 두 번째 임기까지 마무리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차기 총선은 늦어도 2029년 8월 중순까지 치러진다. 사실상 장기 집권 구상을 공식화한 셈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직전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약 1,400석을 잃을 것으로 추산되며 사실상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반대편에선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 리폼UK가 1,300석 넘게 의석을 늘리며 잉글랜드 전역을 휩쓸었다.
이 충격은 곧장 당내 권력 지형을 흔들고 있다. 노동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앤디 번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을 차기 주자로 띄우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 403명 중 상당수가 새 얼굴로 다음 선거를 치르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머 총리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글로벌 금융 특임대사로 전격 임명했다. 방위·안보 투자 확대를 위한 국제 금융 파트너십 구축이 표면적인 임무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내 분파 갈등을 봉합하려는 정치적 카드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시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정책 연속성 여부다. 영국 재무부가 추진해온 다자간 금융 협력, 방산 투자 확대, 유럽과의 경제 연계 강화 같은 굵직한 어젠다가 리더십 흔들림 속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파운드화 변동성과 길트 금리 흐름이 다시 정치 리스크에 민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하나는 스타머 정부가 당내 반발을 어떻게 봉합하느냐, 다른 하나는 리폼UK의 상승세가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영국 경제 정책 방향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느냐다. 이민, 세제, 산업정책 모두 노선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 시장과의 연결고리도 무시하기 어렵다. 영국은 K-방산과 원전 협력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로 떠오른 국가다. 정권 변수에 따라 협상 속도와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영국 채권과 유럽 익스포저가 큰 국내 기관투자자에게도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부담 요인이다.
당분간 시장이 주시할 변수는 명확하다. 노동당 내 공식 도전장이 실제로 던져지는지, 번햄 시장의 출마 가능성이 가시화되는지, 그리고 6월 이후 발표될 영국 재정 패키지의 강도다. 정치 일정과 경제 일정이 같은 그래프 위에 올라간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