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0년간 정부를 이끌겠다"고 공개 선언했지만, 정작 자신이 이끄는 노동당 내부에서는 며칠 안에 당권 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시장이 다시 경계 모드에 들어갔다.
스타머 총리는 옵서버 인터뷰에서 차기 총선까지 당을 이끌고 두 번째 임기까지 채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차기 총선 시점은 2029년 8월로 예정돼 있다. 사실상 장기집권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건 그의 발언이 아니라 그 발언이 나온 타이밍이다.
이번 주 치러진 잉글랜드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방어해야 했던 약 2,500석 가운데 1,400석 이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30년 만에 가장 참혹한 집권당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사이익은 나이젤 패라지가 이끄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 리폼 UK가 가져갔다. 보수당의 텃밭으로 통하던 에식스 의회가 넘어갔고, 런던에서도 첫 의회를 확보했다.
당내 반발은 이미 행동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캐서린 웨스트 전 외무부 부장관은 내각이 월요일까지 스타머 교체에 나서지 않으면 직접 당권 도전을 위한 서명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압박했다. 노동당 규정상 의원 20%, 즉 81명의 동의가 모이면 당권 경선이 가능하다. 현재 공개적으로 등을 돌린 의원은 약 3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신경 쓰는 건 정치 드라마 그 자체가 아니라 정책 연속성이다. 영국은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부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두고 시장 신뢰가 얇아진 상태다. 총리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면 길트(영국 국채) 금리는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고, 파운드화 역시 출렁일 공산이 크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사태가 남긴 학습효과다.
후임 후보로는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앤디 번햄이 거론된다. 다만 그는 현재 하원의원이 아니라 즉시 출마가 어렵다는 점이 변수다. 단기간 내 경선이 강행될 경우 좌파 진영 결집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강 건너 불은 아니다. 영국발 정치 리스크는 유럽 증시 전반과 글로벌 채권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원 환율 흐름에도 간접적으로 작용한다. 영국 노출이 큰 글로벌 금융주, 에너지 메이저, 럭셔리 소비재 종목에는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이 다음으로 주목하는 변수는 월요일 예정된 스타머 총리의 의회 연설이다. 여기서 분명한 정책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 당권 도전은 현실화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길트 금리, 파운드·달러 환율, 그리고 리폼 UK의 지지율 추이가 향후 몇 주간의 핵심 체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