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에 색다른 흐름이 자리 잡았다. 부모, 자녀, 손주가 한 지붕 아래 사는 이른바 ‘다세대 주택(multigenerational home)’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한 가족 트렌드가 아니라, 고금리와 주거비 부담이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주택 구매자의 14%가 다세대 동거형 주택을 매입했다. 비율 자체는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주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X세대(46~60세) 구매자 5명 중 1명은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샌드위치 세대’로, 다세대 주택 구매를 적극 선택하고 있다.

배경은 명확하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6%대 중반에 머물면서 단독 주택 구매 부담이 커졌고, 보육비와 노부모 간병비까지 동시에 짊어진 가구가 늘었다. 한 지붕 아래 모이면 주거비, 식비, 공과금이 분산된다. 한 구매자는 인터뷰에서 “많은 기도가 응답받은 셈”이라고 표현했다.

건설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별도 출입구, 독립 냉난방, 작은 부엌이 딸린 ‘인로 스위트(in-law suite)’ 평면이 신축 단지의 핵심 옵션으로 떠올랐다. Zillow는 ‘ADU’, ‘게스트 하우스’, ‘카시타’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밝혔고, 미국 주요 도시도 부속 주거 유닛(ADU) 허용 범위를 넓히는 조례 개정에 나섰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흐름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이슈가 아니다. 미국 주택 리모델링 시장, 모듈러 주택 업체, 건자재 기업의 실적과 직결되는 변수다. 홈디포, 로우스 같은 대형 유통주는 물론, 미국 주택건설 ETF(ITB, XHB)도 다세대 평면 수요 확대의 수혜 영역으로 거론된다.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이 있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한국 역시 향후 노부모 동거형 평면, 듀얼키 구조, 세대 분리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건설사는 이미 신규 분양 단지에 ‘부모 세대 룸’ 콘셉트를 시범 도입하고 있다. 인테리어, 가전, 헬스케어 관련주에도 장기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변수도 있다. 연준의 금리 경로, 미국 노동시장 둔화 여부, 주택 공급 정책 변화는 이 흐름의 속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다. 시장은 다음 NAR 주택 거래 지표와 6월 연준 회의 결과, 미국 주요 주택건설사의 분기 실적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주거 방식이 바뀌면 산업도 바뀐다.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이는 풍경 뒤에서, 새로운 투자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